콜라겐을 녹이는 수면 부족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잠은 보약’이라 ‘미인은 잠꾸러기’일 수밖에 없다. “피부는 낮 동안 자외선,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으로 손상을 받는데, 이를 회복하는 과정이 깊은 수면 단계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서파 수면(가장 깊은 잠) 동안 콜라겐 생성과 세포 재생이 활발해지며 이때 우리 피부의 탄력과 복원력이 강화되죠. 반면 수면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해 염증 반응이 악화되고, 피부가 지속적으로 민감하고 건조해지는 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세라마이드 합성과 수분 유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부의 회복력도 떨어지고요.” 코슬립수면의원 신홍범 원장의 설명이다. 잠을 잘 자면 덜 늙는다기보다, 잠을 못 자면 빨리 늙는다는 게 더 정확한 얘기다. 특히 수면의 질 저하로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면, 우리 몸은 이를 비상사태로 인식해 생존에 당장 급하지 않은 피부나 근육의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려고 한다. 문제는 이때 우리 피부를 지탱하는 핵심 단백질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사슬을 녹이는 효소의 발생을 폭발적으로 촉진해 아미노산으로 바꿔버린다는 것(무시무시하게도 이를 촉진하는 효소의 별명이 바로 ‘콜라겐 가위’다). 그 결과 밀도와 탄력이 떨어지고, 잔주름이나 탄력 저하 같은 노화 징후가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게 된다.
피부에 있어 수면은 스스로를 복구하고 노화 속도를 늦추는 생물학적 회복 시간으로, ‘스킨 롱제비티’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 대한수면연구학회 ‘2024년 한국인의 수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국가 평균 8시간 27분에 비해 1시간 반이나 부족한 데다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매일 숙면을 취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그친다. 수면 부족의 주된 요인은 바로 ‘디지털’. 스마트폰과 PC 사용이 밤까지 이어지면서 화면의 블루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밤에도 잠이 안 오게 만든다. ‘보복성 취침 미루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낮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이들이 밤에 자유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로, 늦은 밤 숏폼과 OTT를 정주행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초연결 사회의 긴장감, 출퇴근 시간의 증가, 과잉 경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등이 우리를 잠 못 들게 하고 있다.
시술보다 꿀잠
이렇게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값비싼 레이저 시술을 받거나, 럭셔리 화장품을 단계별로 바르는 것, 콜라겐 음료를 챙겨 먹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피부가 충분히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질 좋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게 우선. 미국수면재단의 권장 수면 시간은 18~64세의 경우 최소 7시간에서 최대 9시간까지다. 신홍범 원장은 ‘얼마나 자느냐’보다 ‘매일 어떻게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피부의 회복 과정은 일정한 생체 리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취침과 기상 시간을 가능한 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꾸준한 수면 패턴은 피부 재생 주기를 안정화하고, 회복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밝은 화면 노출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므로 줄이고, 조명은 따뜻하고 낮은 밝기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전 스트레칭이나 짧은 독서처럼 뇌와 몸이 자연스럽게 휴식 모드로 전환되는 루틴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낮 시간 관리 또한 수면의 질과 연결됩니다. 아침 햇빛을 5~10분 정도 쬐어 생체 시계를 정렬하고, 늦은 오후 이후 카페인을 피하면 밤에 자연스럽게 졸음 신호가 찾아올 겁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침대는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침대가 업무나 영상 시청과 연결되면 뇌는 잠들어야 할 시점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 알아도 막상 실천이 어려운 법. 오랫동안 길든 나쁜 습관을 의지로 버리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덧입히거나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는 편이 낫다. 야근하고 와서도 늦은 시간까지 TV 보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는 나는 11시면 저절로 꺼지도록 TV에 종료 예약을 해두고, 스마트폰도 블루라이트 차단과 동시에 수면 모드에 돌입하도록 설정한 뒤 엎어둔다. 습관적으로 별 의미도 없이 12~1시까지 틀어놓던 TV가 11시에 뚝 꺼지자 그 적막은 처음엔 깜짝 놀랄 정도였지만 며칠 만에 의외로 금세 적응이 됐고, 자연히 침대에 예전보다 두어 시간 빠르게 눕게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무리 재밌어도 피부의 젊음, 그리고 다음 날 나의 컨디션과 맞바꾸기는 싫다. 지금 당신이 늦은 밤에 하는 일들이 과연 당신의 젊음과 생기, 개운한 아침보다 가치가 있는가? 잠만 제때 자도 우리 몸의 시스템이 알아서 울쎄라와 물광주사의 효능을 선사한다. 이게 바로 꿀잠의 가성비다.
- 기사 보러가기
- https://www.wkorea.com/2026/01/08/%ed%94%bc%eb%b6%80-%eb%85%b8%ed%99%94%eb%a5%bc-%eb%8a%a6%ec%b6%94%eb%8a%94-%ea%b7%bc%eb%b3%b8%ec%a0%81-%eb%b0%a9%eb%b2%95/?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