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의·과학자들은 건강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운동, 식단 그리고 수면이다. 점차 나이가 들수록 우리 건강과 웰빙의 중심에 수면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가장 쉽게 미뤄두는 일이 잠이다. 나의 하루, 중년의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잠에 빠져본다.
“잠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신홍범 (수면의학박사, 코슬립수면의원 원장)
중년 여성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불면증이 지속되면 대개는 우울증으로 이어집니다. 우울증이 대단한 병이 아니에요. 뭐든 뜻대로 안 된다고 느끼는 감정이에요. 또한 위장 장애가 생기는 등 소화기능도 많이 떨어져요. 식욕이 없다든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다고 느껴요. 면역력이 감소하면서 감기 바이러스에도 취약해지고요. 인지기능 저하도 수면 장애의 증상입니다. 자는 동안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물질이 배출되는데 이게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근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이 물질이 뇌에 축적됩니다. 수면무호흡증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여성 중에는 자신이 코를 곤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을 꺼려해 제때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수면 권장 시간이 8시간인데 하루 8시간만 지키면 되는 건가요? 7~8시간이라고 보면 되고 가장 좋은 수면은 통잠이에요. 깊은 잠이 수면 초반에 이루어지고 꿈꾸는 잠이 후반에 나옵니다. 이를 한 주기로 보고 하룻밤에 다섯 번의 수면 주기를 돌고 일어나면 기분도 좋고 에너지도 넘치는 수면이 완성돼요. 밤에 4시간만 자면 건강한 수면 사이클을 만들지 못해요.
갱년기 여성이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정신적 활동 중 독서의 힘에 대해 꼭 강조하고 싶어요. 이북이든 종이책이든 자신만의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마련해야 해요. 숏츠 같은 짧은 동영상은 뇌 활동을 막아요. 예능 프로그램도 자막을 달아 생각할 필요가 없게 하죠. 이런 것만 보다 보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워집니다. 독서는 가장 좋은 뇌 운동이에요.
잠은 인간에게 무엇일까요? 잠은 최고의 오락입니다. 넷플릭스 CEO가 코로나 시절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슬립타임밖에 없다고요. 잠을 잘 자고 나면 얼마나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운지 모두가 경험해봤을 거예요.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죠. 하지만 요즘은 숏츠 등 쉽고 재미있는 오락을 즐기느라고 놓치는 사람이 많아요. 잠이야말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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